믿음의 글


"네 이년아, 내가 천하에 다니다가 너 같은 년은 처음봤다.

이경숙 0 4,228

근세조선(近世朝鮮)의 유명한 악사(樂師)였던 김학봉(金鶴鳳) 선생의 어머니가 시집가던 날이다.

시댁에서는 당연히 현구례(見舅禮 혹은 見舅姑: 결혼한 새 며느리가 시부모에게 인사 드리는 일)를 해야 할 터인데,

그 일은 제쳐놓고 뒤꼍 모퉁이로 데리고 갔다.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칠성당(七星堂) 앞에 세워 놓고 말씀하셨다.

"여기는 우리 가문이 조상 적부터 섬겨 오던 신당인데, 큰절을 두 번 해라."

새 며느리 대답하여 왈(曰),
"어머님, 송구스런 말씀이오나, 살아 계신 조상(祖上)이 제일이지, 이런 귀신은 마신(魔神)이옵니다.

마신은 사람에게 복(福)을 줄 것도 없고, 줄 수도 없습니다" 한다.

온 집안에서 난리가 났다.

행세 깨나 하는 집안에서 새 며느리를 내쫓을 수도 없고,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 어른들은 끙끙 앓는다.

이 며느리, 첫날밤을 지나고 새벽 일찍 일어나서 뒤꼍 모퉁이에 있는 칠성단(七星堂)을 말끔히 청소해버렸다.

시어머니가 가보고는 대경실색(大驚失色)하여 하는 말이,

"이제 우리 집안이 망할 때가 되었구나. 무슨 재앙(災殃)이 오려고 이러는고?"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잘 위로하고 정성껏 효도(孝道)했다.
그 후 며느리는 임신을 해서 산월(産月)이 되었다. 어느 밤 꿈에 그 귀신이 나타났다.

"네 이년, 내가 이 가문에서 근(近) 백 년이나 섬김을 받아 왔거늘, 네년이 와서 나를 박대하다니,

너는 이제부터 재앙(災殃)을 면치 못하리라."

며느리가 단호하게 쏘아붙인다.
"아무리 그래 봐라. 너 같은 악귀(惡鬼)는 내가 안 섬긴다."


귀신은
"네 이년, 어디 두고 보자" 하더니 사라졌다.

그녀는 며칠 후 생남(生男)했다. 어른들은 그제야 마음을 놓고 기뻐했다.

그러나 산모(産母)는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아니나다를까. 한 백(百) 일쯤 되어서 아기는 죽고 말았다.

어른들은 또 기운을 잃고 걱정을 한다.

그 후 재차 임신을 하게 되었는데, 이번에도 그 귀신이 꿈에 나타났다.
"이 년아, 네가 아들을 낳겠지만 내가 또 잡아갈 것이다."

산모는
"너 같은 악귀가 사람의 생명(生命)을 좌우(左右)할 수는 없어!"  하면서 잘라버렸다.

과연 며칠 후 생남(生男)했다. 이번에는 어른들도 크게 기뻐하지 않고

오히려 걱정을 하며 조심스럽게 아이를 기른다. 둘째 아이도 한 백일쯤 되더니 죽었다.

일이 이렇게 되니, 이제는 온 동네 사람들이 수군거릴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며느리를 불러 놓고 걱정스럽게 사정을 한다.
"얘, 이제라도 칠성단을 쌓자. 이게 어디 무심(無心)코 지나갈 수 있는 일이냐?"
며느리는 송구스런 마음을 금할 길 없었으나 다시 설득했다.

"옛 성인(聖人)들의 말에, '인명(人命)은 재천(在天)이라 했는데, 사람의 손으로 칠성단을 만드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옵니다. 시경(詩經)에도 천생만민(天生萬民)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사람이 하늘의 신(神)을 만드는 것이 어찌 이치(理致)에 닿는 일이겠습니까? 두고 보십시오. 우리는 절대로 하늘의 노여움을 사지는 않을 것이옵니다."

그 후, 세 번째로 임신을 했다. 산월(産月)에 역시 악귀가 나타났다.

"네 이년아, 내가 천하에 다니다가 너 같은 년은 처음 봤다. 먼저의 두 아들은 제 명(命)이 짧아 죽었으나,

이제는 나도 더 할 소리가 없구나. 이년아, 잘 먹고 잘 살아라. 나는 간다."

이 셋째 아들이 학봉(鶴鳳) 선생이다. 그 어머니에 그 아들이요,

'왕대 뿌리에서 왕대 난다'는 속담(俗談)을 실증(實證)한 일화(逸話)라 하겠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Comment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48 영적인 어린아이는 이렇습니다 이경숙 11.17 3741
147 잘못된 신앙 이경숙 10.27 3541
146 반석 같은 믿음을 달라고 기도했더니 이경숙 10.06 4209
145 가장 중요한 질문 이경숙 09.29 3822
144 당신의 삶을 소모하는 사람과 사귀지 말라 이경숙 04.21 3913
143 삶이 변해야 진짜입니다. 이경숙 04.14 2727
142 인내 그것은 아름다움 입니다 이경숙 04.07 2814
141 들꽃이 장미보다 아름다운 이유 이경숙 03.31 2738
140 나는 어느 쪽에 속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이경숙 11.30 2849
139 신앙이 무너졌다는 가장 큰 증거 이경숙 11.16 2868
138 신앙생활에서 없으면 안 되는 것들 이경숙 09.23 2873
137 핑계 하지 말라 이경숙 07.22 3116
136 빌려 쓰는 인생 이경숙 06.03 3416
135 거룩한 습관을 갖고 있나요? 이경숙 11.19 3631
134 복음을 깨달으면 이경숙 10.01 3604
133 교회에서 싫어하는 12가지 이경숙 09.17 3647
132 우리는 반드시 죽습니다. 그러나 살 수 있습니다. 이경숙 08.20 3629
131 믿음을 지키는 5가지 비결 이경숙 07.30 3706
130 행복해지기위해 버려야할 15가지 이경숙 07.09 3557
129 진짜 성도는 ... 이경숙 07.02 3703
128 크리스천에게 믿음은 능력입니다. 이경숙 06.25 3576
127 가장 회개해야 할 사람, 이경숙 06.18 3777
126 성도의 타락 열한가지 이경숙 06.06 3647
125 행복의 조건 10가지 이경숙 04.09 3944
영혼의 양식
주님의 말씀을 묵상
DETAIL VIEW
Schedule
이번달 교회행사 안내
DETAIL VIEW
찾아오시는길
고베성복교회입니다.
DETAIL VIEW
예배안내
  • 주일예배1부 - 오전11시
  • 주일예배2부 - 오후2시
  • 주일중고등부예배 - 오후3시30분
  • 주일어린이예배 - 오전10시
  • 수요예배 - 오후2시
  • 금요심야기도회 - 오후9시
  • 새벽기도회 - 오전5시
페이스북에 공유 트위터에 공유 구글플러스에 공유 카카오스토리에 공유 네이버밴드에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