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쉰다는 것이 무엇입니까? 어떻게 쉼쉬는 게 제대로 숨쉬는 것입니까?
무엇을 쉰다는 말은 하던 일을 그만둔다는 말인데요"
"그렇다. 제대로 숨쉬는 것은 숨쉬기를 그만 두는 것이다."
"그렇다면 죽는 것을 의미합니까?"
"죽으면 숨쉬기를 그만둘 수가 없지 않느냐?"
"숨쉬기를 그만 둔다는 말씀을 못 알아듣겠습니다."
"너는 세상에 태어나 지금까지 숨쉬기를 그만 두어본 적이 있느냐?"
"잠깐씩 숨이 들어오거나 나가는 것을 참아본 적은 있지만 숨쉬기를
그만 둔 적은 없는 듯 합니다. 그랬다면 벌써 죽었겠지요"
"그렇다. 살아있다는 말은 숨을 쉬고 있다는 말이다. 앞으로도 숨이 끊어질때까지
너는 계속 숨을 쉴 것이다."
"그렇겠지요. 그런데 그 숨을 어떻게 그만 쉰단 말씀입니까?"
"너는 힘든 일을 하다가 '십 분간 휴식!'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떠했느냐?"
"해방감을 느꼈습니다."
"그 말을 듣고서 어떻게 했느냐?"
"하던 일을 놓고 주저 앉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숨은 계속 쉬고 있었겠지?"
"물론입니다."
"사람이 무슨 일을 하든, 살아있는 한 숨은 쉬게 되어 있다. 이 말을 둘러 하면,
숨을 쉬는 사람은 무슨 일이든 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네가 '하던 일을 놓고
주저 앉은'것도 그 순간 네가 한 행위였다."
"그래서요?"
"숨쉬기는 모든 행위의 어미요 바탕이다.
그것은 네가 처음으로 한 행위이며 마지막으로 할 행위다.
네 모든 행위가 숨에서 비롯하여 숨으로 마감되는 숨의 변형이다.
길 걷고 밥 먹고 말하고 잠자는 게 모두 모양을 달리 한 너의 '숨'이라는 얘기다."
"모든 것이 숨에서 나왔다가 숨으로 돌아간다는 말씀입니까?"
"그렇다. 네 모든 행위, 고된 일을 하거나 '십 분간 휴식'으로 주저앉아 있거나,
그 모두가 너의 '숨'이다."
"이렇게 공기를 들여 마시고 내보내고 하는 것도 숨이지요"
"물론! 제대로 숨을 쉰다는 건 바로 그 숨쉬기를 하지 않는 것이다."
"숨쉬기를 하지 않는다고요?"
"'숨'을 비롯하여, 그것을 바탕삼아 이루어지는 모든 행위에서 의도와 목적을 없애는 것,
그리하여 네가 숨을 마시고 내보내는 게 아니라 숨이 저절로 네 몸을 드나들게 하는 것,
그것이 제대로 숨을 쉬는 것이다."
"아하, 하지 않음으로써 하라는 말씀이군요?"
"숨울 '쉬지'않는 게 바로 숨을 쉬는 것이다. 하지 않는 게 가장 잘 하는 것이라는 진리를 '쉰다(息숨쉴 식)는 한 마디 말에 담아낸 선조들의 지혜가 이제 좀 짐작이 되느냐?"
"절묘합니다."
"그래서 내가 뭐라고 했더냐?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진 자는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고 하지 않았더냐?"
<지금도 쓸쓸하냐/샨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