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돌이 갓 지난 아이를 안고 병원을 찾아갔을 때 의사는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아이의 병은 희귀 난치병인 SMA(척수성 근 위축증)이며 통계적으로는 5년 이내에 사망한다고, 한동안 하나님이 왜 하필 우리 가정을 선택하셨을까 원망도 많이 했다. 그러다가 어느 시절부터 하나님은 내게 시련을 이길 수 있는 인내를 주셨다는 걸 믿게 되었다.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나의 이기적인 생각과 나태한 생활을 내려놓던 때가. 그런 시간들속에서 해성이가 다섯 살이 되었고, 나는 살얼음판을 딛는 마음으로 해성이를 돌봤다. 어느덧 해성이는 초등학교 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고등학교 과정에 접어들게 되었다. 해성이에게는 인터넷을 통해 알게된 송이라는 여자 친구도 생겼다.
해성이가 열일곱 살이 되었다는 것도 감사하고, 밝은 모습으로 살 수 있게 하신 것도 감사하고, 우리 해성이를 사랑해 주는 사람을 주신 것도 감사하다. 장애인을 선택하는 건 하나님 몫이겠지만 기도하는 건 내몫일 터. 그래서 홀로 조용한 때를 택해 묵상의 기도를 올리는 것이 내 삶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안녕하세요. 하나님! 저 하나님이 택하신 해성이 엄마예요. 하나님은 제 삶을 송두리째 바꿔 버린 해성이의 병을 제게 주셨지요. 하나님, 왜 하고 많은 사람 중에 나를 선택하셨을까 원망 많이 했어요. 하지만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하나님이 저를 사랑하신 다는 것을요. 하나님은 제게 시련을 이길 수 있는 인내를 주셨습니다. 하나님이 저를 선택하신 일, 정말 잘하셨습니다. 저를 변화시키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