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어령씨의 「아들이여 이 산하를」이란 책에 다음과 같은 얘기가 있습니다. 옛날 어느 시골에 수염을 길게 가꾸고 다니는 할아버지가 한 분 계셨습니다. 그런데 그 동네에 사는 꼬마 아이 하나가 할아버지를 볼 때마다 궁금한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할아버지를 만나자 물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밤에 주무실 때 그 수염을 이불 속에 넣고 주무십니까. 아니면 끄집어 내놓고 주무십니까?” 할아버지는 이 질문을 받고 “얘야! 미안하다. 나도 미처 생각지 못한 일이니 하룻밤만 자보고 대답을 하마.” 그리하여 그날 밤 수염을 붙들고 씨름을 합니다. 수염을 이불 속에 넣으면 왠지 답답하고 끄집어내면 또 쓸쓸하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30년 동안 달고 다닌 수염이지만 어떻게 하고 잠을 잤는지 알아내지 못했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 얘기를 통해, 30년 동안 내 몸에 달고 다닌 수염이 이불 속에 있어야 하는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