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글


"네 이년아, 내가 천하에 다니다가 너 같은 년은 처음봤다.

이경숙 0 4,176

근세조선(近世朝鮮)의 유명한 악사(樂師)였던 김학봉(金鶴鳳) 선생의 어머니가 시집가던 날이다.

시댁에서는 당연히 현구례(見舅禮 혹은 見舅姑: 결혼한 새 며느리가 시부모에게 인사 드리는 일)를 해야 할 터인데,

그 일은 제쳐놓고 뒤꼍 모퉁이로 데리고 갔다.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칠성당(七星堂) 앞에 세워 놓고 말씀하셨다.

"여기는 우리 가문이 조상 적부터 섬겨 오던 신당인데, 큰절을 두 번 해라."

새 며느리 대답하여 왈(曰),
"어머님, 송구스런 말씀이오나, 살아 계신 조상(祖上)이 제일이지, 이런 귀신은 마신(魔神)이옵니다.

마신은 사람에게 복(福)을 줄 것도 없고, 줄 수도 없습니다" 한다.

온 집안에서 난리가 났다.

행세 깨나 하는 집안에서 새 며느리를 내쫓을 수도 없고,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 어른들은 끙끙 앓는다.

이 며느리, 첫날밤을 지나고 새벽 일찍 일어나서 뒤꼍 모퉁이에 있는 칠성단(七星堂)을 말끔히 청소해버렸다.

시어머니가 가보고는 대경실색(大驚失色)하여 하는 말이,

"이제 우리 집안이 망할 때가 되었구나. 무슨 재앙(災殃)이 오려고 이러는고?"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잘 위로하고 정성껏 효도(孝道)했다.
그 후 며느리는 임신을 해서 산월(産月)이 되었다. 어느 밤 꿈에 그 귀신이 나타났다.

"네 이년, 내가 이 가문에서 근(近) 백 년이나 섬김을 받아 왔거늘, 네년이 와서 나를 박대하다니,

너는 이제부터 재앙(災殃)을 면치 못하리라."

며느리가 단호하게 쏘아붙인다.
"아무리 그래 봐라. 너 같은 악귀(惡鬼)는 내가 안 섬긴다."


귀신은
"네 이년, 어디 두고 보자" 하더니 사라졌다.

그녀는 며칠 후 생남(生男)했다. 어른들은 그제야 마음을 놓고 기뻐했다.

그러나 산모(産母)는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아니나다를까. 한 백(百) 일쯤 되어서 아기는 죽고 말았다.

어른들은 또 기운을 잃고 걱정을 한다.

그 후 재차 임신을 하게 되었는데, 이번에도 그 귀신이 꿈에 나타났다.
"이 년아, 네가 아들을 낳겠지만 내가 또 잡아갈 것이다."

산모는
"너 같은 악귀가 사람의 생명(生命)을 좌우(左右)할 수는 없어!"  하면서 잘라버렸다.

과연 며칠 후 생남(生男)했다. 이번에는 어른들도 크게 기뻐하지 않고

오히려 걱정을 하며 조심스럽게 아이를 기른다. 둘째 아이도 한 백일쯤 되더니 죽었다.

일이 이렇게 되니, 이제는 온 동네 사람들이 수군거릴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며느리를 불러 놓고 걱정스럽게 사정을 한다.
"얘, 이제라도 칠성단을 쌓자. 이게 어디 무심(無心)코 지나갈 수 있는 일이냐?"
며느리는 송구스런 마음을 금할 길 없었으나 다시 설득했다.

"옛 성인(聖人)들의 말에, '인명(人命)은 재천(在天)이라 했는데, 사람의 손으로 칠성단을 만드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옵니다. 시경(詩經)에도 천생만민(天生萬民)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사람이 하늘의 신(神)을 만드는 것이 어찌 이치(理致)에 닿는 일이겠습니까? 두고 보십시오. 우리는 절대로 하늘의 노여움을 사지는 않을 것이옵니다."

그 후, 세 번째로 임신을 했다. 산월(産月)에 역시 악귀가 나타났다.

"네 이년아, 내가 천하에 다니다가 너 같은 년은 처음 봤다. 먼저의 두 아들은 제 명(命)이 짧아 죽었으나,

이제는 나도 더 할 소리가 없구나. 이년아, 잘 먹고 잘 살아라. 나는 간다."

이 셋째 아들이 학봉(鶴鳳) 선생이다. 그 어머니에 그 아들이요,

'왕대 뿌리에서 왕대 난다'는 속담(俗談)을 실증(實證)한 일화(逸話)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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