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대의 기능과 역할은
조 기 연 : 서울신학대학교 교수(예배학)
한국교회의 예배에서 성가대 찬송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많은 숫자의 성가대원들이 통일된 가운을 입고 높게 돋우어진 자리에 앉아 아름다운 성가를 부르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예배란 참으로 아름다운 것이구나’ 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성가대의 기원은 멀리 구약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나, 교회가 탄생한 이후의 성가대는 기독교가 공인되고 예배가 좀더 공적으로 행해졌던 4세기에 들어서 비로소 활발해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더 높은 수준의 찬양을 드리기 위해 성가대는 고대 유대교에서 하던 방식대로 회중과 분리되기 시작했으며, 중세기에는 성가를 부를 때에 복잡하고 난해한 부분은 성가대가 하고 평이한 후렴구 등은 회중이 하는 방식의 찬양이 행해졌다.
그러나 종교개혁 시대에 이르러 성가대의 목적과 기능은 대변혁을 맞이하게 된다.
성가대의 존재 이유는 회중을 위해 정교하고 어려운 노래를 부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회중이 찬양하는 것을 도와주기 위해서였다.
루터는 회중찬송을 개발하여 회중이 직접 찬송을 부르도록 하였고, 칼빈도 운율시편이라는 것을 도입하여 회중이 직접 찬송에 참여토록 하였다.
루터나 칼빈 공히 찬송을 성가대로부터 회수하여 회중에게 돌려주었으며, 회중이 찬송하는 것을 도와주고 격려하기 위한 용도로 성가대를 활용하였던 것이다.
오늘 우리의 주제와 관련해서는 19세기 미국교회의 성가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럽의 잘 발달한 교구교회의 신앙생활과는 달리, 광활한 북미 대륙에 흩어져 사는 이민자들에게 신앙생활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었다.
교회도 목사도 찾아보기가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들 새로운 이민자들을 위한 당시 교회의 노력은 참으로 눈물겨운 것이었으며, 이를 위해 고안된 것이 소위 ‘천막집회’(camp meeting)였다.
당시 교회는 대규모의 천막집회를 열고 강력한 복음전도 설교를 통해 참석자들을 회심시키기 위해 노력하였다.
여기에서 음악은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당시 천막집회의 강단 위에는 보통 세 개의 웅장한 의자가 놓여 있었는데, 하나는 사회자를 위한 것이고, 또 하나는 설교자를 위한 것이었으며, 마지막 하나는 찬송인도자를 위한 것이었다.
집회는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1부는 찬송인도자가 나와서 열정적으로 찬송을 인도한 후에, 2부에서는 설교자가 나와서 강력한 복음전도 설교를 하였으며, 그 후 3부에서는 사람들을 앞으로 불러내어 결단을 시키는 것이었다.
중요한 것은 성가대와 음악의 개념에 초래된 변화였다.
전도와 부흥을 위한 집회에서 음악은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드리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회개와 회심의 촉구를 잘 받아들이도록 사람들의 마음을 준비시키는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가대의 찬송이 설교보다 앞에 와야 했다.
오늘날 한국교회에서 성가대의 찬양이 설교 직전에 오는 것도 모두 이러한 19세기의 유산이다.
이러한 방식에서 성가대의 찬송은 결국 하나님 들으시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라 회중 즉 사람 들으라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19세기에 초래된 예배음악의 오용은 매우 광범위하였다.
교회들은 금박을 입혔거나 광택을 칠한 오르간 파이프를 눈에 가장 뜨이는 예배당 전면에 배치하였으며, 성가대의 자리를 높이고 회중을 향해 마주 보거나 아니면 적어도 회중과 분리된 위치에 배치하는 구조를 취했다.
성가대는 멋진 가운을 입고 높이 돋우어진 자리에 앉아 수준 높은 합창곡을 연주하여 회중의 시선을 끌지만 정작 그 찬송은 설교나 예배의 주제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찬송이다.
이럴 경우 성가대의 역할은 예배를 돕는 것이 아니라 단지 예배를 아름답게 하고 회중의 미적 음악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보조적 역할로서, 성가대의 본래적인 기능으로부터 벗어나는 오용이 되며, 극단적으로 말해 성가대는 회중을 즐겁게 하는 ‘여흥’의 차원으로 전락하게 된다.
회중이 조용히 기도할 동안에 잔잔한 오르간 음악을 연주한다든지, 아니면 통성기도 시간에 시끄러운 신디사이저 음악을 연주하는 것 등도 모두 예배음악의 오용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예배학적으로 올바른 성가대의 기능을 위해서는 성가대와 설교자 사이의 긴밀한 협조가 필수적이다.
설교자는 적어도 1개월 전에 설교의 본문과 제목을 성가대 지휘자에게 주어야 하고, 이를 받은 지휘자는 그 설교 본문에 적합한 찬송을 찾아 성가대원들을 연습시켜서 예배 때에는 설교와 성가대 찬양의 주제가 일치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은 모두 교회력과 맞물려서 돌아가야 한다.
또한 성가대가 회중을 대신해서 찬송한다는 전근대적 개념보다는 회중의 찬양을 돕고 예배를 인도하기 위해 찬양한다는 바른 개념의 성가대 개념이 확립되어야 한다.
진정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기 위해 찬송하는 성가대, 그리고 바르게 예배의 진행을 돕는 성가대의 모습이 아쉽다.
주님의 평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