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복의쉼터

임종을 앞둔 분들을 위한 전도 전략

이경숙 0 4,349
임종을 앞둔 분들을 위한 전도 전략 
 
모든 영혼들이 귀한 것이지만, 개인이나 사회적 신분에 따라 만나기 쉬운 사람과 어려운 사람이 있다. 흔히 일반 병동을 찾아가 관계를 맺고 전도하기란 쉽다. 그러나 보편적으로 VIP 환자라 하면 특별히 생각하게 된다. 나름대로 VIP 전도라 함은 접근 자체가 어려운 사람으로서 사회적으로 내로라 하는 위치에 있어서 일반 봉사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환자를 병상에서 전도함을 말한다. 개인적으로 만나기 어려웠던 사람들을 다른 사람을 통해 소개받고 전도해 하나님의 자녀로 돌아오게 된 경우를 소개한다.
주님께서 하시는 일을 보려는 믿음으로
세상에서 성공 일변도의 삶을 살아온 사람에게 복음이 들어가기란 그리 쉽지 않음을 보게 된다. 현실적으로 말기 암이라는 고통을 당하면서도 자신의 감정을 감추고 있는 사람도 더러 있다.
어느 날 간이식 수술을 앞둔 한 기업의 회장을 전도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마음에 부담이 컸지만,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을 보고자 준비 기도한 후에 병실로 향했다.
처음 나를 바라보는 그 분의 눈빛이 어찌나 매섭던지, 아마 오랜 경험이 없었다면 금방 뛰쳐나갔으리라 생각하면서 병상으로 다가섰다. “병원의 원목입니다. 친구 분의 부부께서 얼마나 선생님을 사랑하시는지, 이렇게 제가 끌려 왔습니다”라며 접근하자, 그 분은 “저, 목사가 필요 없는데요”라고 대꾸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일 아침에 중요한 수술을 앞두셨다는 말씀을 듣고 찾아왔습니다. 이왕 왔으니 수술을 위해 하나님께 잠깐 기도해 드리고 가겠습니다”라고 제의하자, 그 분은 퉁명스럽게 “1분만 하시죠”라고 대답했다.
이 말은 기도해도 좋다는 뜻을 담은 자존심 세운 표현임을 잘 알고 있다. “더 짧게 하겠습니다”라고 말한 후에 친구 부부와 함께 손을 잡고 주님께 간절한 기도를 올렸다.
그때 기도하던 중에 성령님의 강한 임재를 느끼며 주님께서 이분을 사랑하신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지붕을 뚫고 병상을 달아 내린 중풍병자의 친구들처럼, 이 분에게 친구를 통해 구원의 계획이 있음을 확신하면서 마음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 분은 겉으로 강한 척하지만, 마음은 하나님을 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얼마나 급박한 상황인지 깨닫고 절대자를 찾고 있는 그 분의 마음을 하나님께서 받아주신 것이다. 한참 동안 기도한 후에 젖은 눈빛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을 뒤로하고 내일 수술 전에 간단히 예배를 드리겠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섰다.
이튿날 그 분을 소개한 친구 부부와 함께 수술을 위한 예배를 드렸다. 준비된 말씀과 함께 초신자인 친구가 적어온 기도 쪽지를 부스럭거리며 꺼내 떨리는 음성으로 기도할 때, 방안이 환해지고 성령님의 위로와 사랑이 넘쳐나는 것을 경험했다.
그런 후에 그 분은 진정으로 예수님을 영접하고 병상에서 세례를 받았다. 간이식 수술 후 밀려오는 고통 속에서 주님께 의지하는 믿음으로 견뎌 내었다. 병상에 누워 고통을 겪으면서 의연히 ‘주만 바라볼지라’를 찬양하며 하나님의 사람으로 변해갔다.
어느새 날카롭던 눈빛은 어린 아이 같이 부드러워졌고 자애로운 아버지의 모습으로 변해갔다. 질병은 그 분을 가족으로부터 분리시켰지만, 그 분은 죽음까지 초연히 받아들이고 주변을 깨끗이 정리한 후에 떠났다. 그동안 영적으로 보살펴 주었던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은 철저함까지 보였다.
주님의 임재를 바라며 순종하는 마음으로
한번은 어느 자매로부터 혼수 상태에 있는 아버지에게 전도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당시 자매의 아버지는 89세로 임종 직전의 상태였다. 내가 사역하는 병원이 아니라, 일부러 시간을 내어 중환자실로 가는 마음은 온통 기도뿐이었다. 어떻게 영혼을 구원할 수 있는가? 주님의 임재와 도우심을 바라며 순종하는 마음으로 다가갔다.
믿지 않는 둘째 아들이 별로 반가워하지 않는 모습으로 자리를 내주었다. 산소 호흡기를 끼고 여러 개의 튜브가 몸에 부착된 상태에서 깊은 잠을 자듯이 누워 있었다. 눈을 감은 지 오래 되어 눈가에 이물질이 말라붙은 자국이 선명했다. 가까이 다가서서 손을 꼭 잡고 한 손으로 그 분의 어깨를 약간씩 쳐주면서 복음을 전했다.
마치 두 사람의 인격적인 만남처럼 대화식으로 전도했다. 지금 눈이 떠지지 않고 온몸이 움직이지 않는 답답한 처지에 있지만, 나의 말이 잘 들릴 것을 믿는다며 가족에게 이해를 구했다. 나는 따님의 부탁을 받고 찾아왔으며, 하나님께서 할아버지를 사랑하신다는 것과 이 세상의 시간은 끝나가고 있지만 분명히 새로운 세계가 준비돼 있다고 전했다. 그곳이 곧 천국이고 하나님과 그분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믿어야 천국에 갈 수 있으며, 지금 내가 말하는 것을 듣고 마음에 받아들이는 것이 구원을 받아 천국에 이르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지난날의 죄에 대해 용서를 구할 것과 예수님을 영접하는 기도를 마음 속으로 따라 하도록 했다. 허리를 구부리고 10분 정도 전도했을 듯하다. 이 10분간은 복음을 농축한 것으로 단번에 주님을 영접할 수 있도록 정열을 쏟아 넣었다고 할 수 있다.
기도를 마치고 땀을 닦으며 돌아서려는데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딸이 소리를 질렀다. 무슨 일인가 하고 돌아보니, 할아버지께서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엔 이슬이 맺혀 있었고 입가엔 약간의 미소가 드리워져 있었다. 할아버지는 복음을 받아들이고 하나님께서 주신 평안을 느끼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마치 누가 이렇게 좋은 소식을 전해 주었는가 확인하려고 바라보는 것만 같았다.
온 가족은 아버지가 예수님을 영접한 것이 분명하다며 믿지 않던 아들들까지 신기하듯 나를 쳐다보았다. 딸이 기뻐하며 아버지의 손을 붙잡고 한참이나 우는 것을 보고 하나님께서 역사하심을 확신하며 돌아왔다. 훗날 예수님을 영접한 할아버지는 갈 곳을 확실히 알았다는 듯 평안히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들 가족의 요청으로 장례식을 도와 주었다. 할아버지는 한 알의 밀알이 되어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통해 구원의 증거를 온 가족에게 보여 주고 떠났다. 이로 인해 할아버지의 슬하에 아홉 자녀들 중 믿지 않던 여섯은 모두 하나님의 자녀가 되기를 바라면서 전도 장례 예배를 드렸다. 참석했던 많은 젊은 남녀들이 감동을 받고 믿음을 가지겠다고 고백했다.
하나님께서 한 영혼이라도 소중하게 찾고 계신다. 우리는 어떤 상황이 주어져도 전도 못할 것으로 여기고 거역해선 절대 안 된다. 기도와 순종만이 주님의 역사를 경험케 한다.
발인 예배를 인도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할아버지는 어느 큰 제약회사의 회장이었다. 장례식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이 복음을 영접하고 떠나신 할아버지를 깊이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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