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희 서강대 교수는 초등학교 때 서울 제기동의 한옥에 살았답니다. 다리가 불편해 집에서 책읽기에만 빠져있던 그녀를 어머니가 대문 앞 계단에 끌어앉혔습니다. 작은 방석을 하나 깔아주고요. 아이들이 노는 것을 구경이라도 하라는 뜻이었답니다. 술래잡기, 공기놀이, 고무줄놀이…. 공기외엔 끼어들 수 없었던 그녀에게 친구들은 꼭 무언가 역할을 만들어줬습니다. 고무줄이나 달리기를 하면 심판을 시키거나 신발주머니와 책가방을 맡기는 식으로요. 덕분에 놀이에는 참여하지 못해도 소외감이나 박탈감은 느끼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는 "내가 소외감을 느낄까봐 친구들이 배려를 해준 것이었다"고 말합니다.
어느 날 엿장수 아저씨가 골목길에 들어섰습니다. 집 앞에 앉아 있던 그를 지나가다가 다시 돌아와 깨엿 두개를 내밀더랍니다. 아저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잠깐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습니다. "괜찮아."
돈 없이 깨엿을 공짜로 받아도 괜찮다는 것인지, 아니면 목발을 짚고 살아도 괜찮다는 것인지….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내가 그날 마음을 정했다는 것이다. 이 세상은 그런대로 살 만한 곳이라고. 좋은 사람들이 있고, 선의와 사랑이 있고, '괜찮아'라는 말처럼 용서와 너그러움이 있는 곳이라고 믿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지금도 이 말을 들으면 괜히 가슴이 찡해진다고 했습니다. TV 퀴즈프로그램에서 혼자 남아 문제를 풀다가 결국 골든벨을 울리지 못하면 친구들이 얼싸안고 "괜찮아! 괜찮아!"하는 말을 들을 때도요.
샘터사가 이번 주에 내놓은 '견디지 않아도 괜찮아' 첫 대목에 실은 글입니다. '나를 움직인 한마디'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어느 쪽을 펼쳐도 가슴 따뜻한 얘기가 반깁니다. 박원순 변호사는 초등학교 때 개구쟁이로 유명했답니다. 그런데 어느날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참 잘했다"고 칭찬해줍니다. 성적도 별로였고, 품행이 방정하지도 않았는데요. 그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나도 뭔가 잘 할 수 있는 아이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거지요. '실제로 그 후 나는 공부를 잘하게 됐다. 하루 아침에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그는 이 칭찬 한마디가 인생을 변화시켰다고 했습니다.
개그맨 전유성, 무용가 홍신자, 건축가 김석철, 시인 문태준, 소설가 최인호, 배우
안성기, 가수
김창완 등 49명이 이 책에서 자신의 인생을 바꾼 한 마디를 고백합니다. 오늘 아내와 남편에게, 자녀에게, 직장 동료와 선후배에게, 친구에게 무슨 말을 하셨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