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곡석(곡식) 기르는 것과 자석(자식) 기르는 것이 매한가지여.
오리새끼 기르는 것과 도야지 새끼 기르는 것도 다 한가지여.
내 속이 폭폭 썩지 않으면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법이여.
내 자석 저놈(용택이)을 키울 때는 애를 나무 그늘에 재워놓고 논일을 했는디
애가 깨서 울길래 일을 할 수가 없어서 애를 때려주고 나도 울었어.
그놈들이 자라서 시방 도회지에 나가서 일 댕기는데,
명절 때는 돌아와. 내가 논에서 일할 때 누런 곡석들 틈으로 멀리서
논두렁길을 걸어오는 내 자석들 모습이 보이면 눈물이 쏟아져서
치맛자락에 코를 팽팽 풀었지. …
죽은 우리 영감 임종할 때 자석들 불러 모아놓고,
‘너네 엄마 불 때느라고 고생 많이 했다. 부디 연탄보일러 놔드려라’라고 유언을 했는데,
여적지 방방이 보일러를 들이지 못했어.
죽은 우리 영감 등짐을 너무 많이 져서 땅속에서 어깨부터 썩었겠지만,
나는 밭일을 너무 많이 해서 죽으면 허리부터 썩을 것이구만.
하기사 죽으면 썩어질 몸뚱이인데, 어디가 먼저 썩기로 대수관대.
굉(功)이란 게 대체 뭐여.
우리들처럼 코를 땅에 박고 땅 파먹고 살다가 죽는 게 바로 굉이여 굉.
나라에서 이걸 좀 알아야 혀.
삭신 부서지게 일하다 죽는 것이 바로 굉이란 말이여.
내 손이 이렇게 갈퀴처럼 되어버렸어도
논밭에서 자라는 퍼런 곡석들을 보면 맘이 좋고 좋고 했어.
오늘 가보면 좋고 내일 가보면 더 좋고 했었어. 그나저나,
내일 손주 녀석 겨울잠바 사러 전주 갈 일이 있는디,
내가 이 갈퀴손을 해가지고 어찌 임실을 나가고 전주를 나갈꺼나?”
- 김훈, 이레, 김용택 산문집 <인생> 서문에서
성도들을 볼아보고
주님께로 인도하는일도 마찬가지로
내속이 폭폭 썩지 않으면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법이여
흰머리 늘어나고 눈물이 마를날 없어도
자라나는 성도들을보면 맘이 좋고 좋고 해
오늘봐도 좋고 내일봐도 더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