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한 부장이었는데 왜 유능한 이사가 못 됐을까? 유능한 이사였는데 왜 유능한 사장이 못 됐을까?
'머리 좋은 사람이 돈 못 버는 이유'를 쓴
일본의 경영컨설턴트 사카모토 게이치(坂本桂一)는 "상식은 비즈니스의 적(敵)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큰 회사가 승리한다? 가격을 내릴수록 더 잘 팔린다? 성실하면 성공한다? 누구나 이런 것을 상식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세계에선 반드시 이런 것이 아니다. 작을수록 강하고, 가격을 올릴수록 잘 팔리고, 나태해 보이는 샐러리맨이 일찍 승진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똑똑한 사람이 성공하기 힘든 것은 머릿속에 상식의 보따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사카모토는 성공하기 위해선 '지식인'이 아니라 '교양인'이 되라고 주문한다. 지식은 상식의 늪과 같지만, 교양은 전술적 사고에서 벗어나 전략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자양분이다.
전술을 생각하는 사람은 상식만으로 충분하다. 무조건 이기면 되니까. 하지만 전략을 생각하는 사람은 전체적 승리를 위해 국지적 패배를 도모할 수도 있다.
우리 주위엔 지식은 넘쳐도 교양은 없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이런 사람은 회사든, 나라든 지도자로 키워선 안 된다. 전략적 가치를 실현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도쿄에서 저자 사카모토를 만났다.
사카모토의 '하지말라 방정식'
1. 근면하지 말라… 하루종일 부지런하기만 하면 무슨 전략적인 사고가 나오겠는가
2. 조사하지 말라… 새 자료속에서 데이터만 뽑으면 어찌 크게 볼 수 있겠는가
3. 인맥쌓지 말라… 여기저기 다니며 명함 돌릴바엔 소수의 사람들과 깊은 관계 만들어라
세상은 왜 수학 공식처럼 안 돌아갈까? 세금을 올렸는데 왜 집값은 안 잡히나? 정석대로 했는데 왜 돈을 못 버는 것일까?
늘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은 일본의 경영컨설턴트 사카모토 게이치(坂本桂一)의 '머리 좋은 사람이 돈 못 버는 이유'(고단샤·講談社, 대교베텔스만 번역·출판)를 읽으면 열쇠를 찾을 수 있다. 수학과 세상이 다른 것은 수학은 공식대로 하면 해답이 나오지만 세상에선 공식대로 하면 답이 잘 안 나온다는 점이다. '성공 방정식'을 너무 성실하게 따라가다 보면 오히려 더 꼬이거나 헝클어져 버리는 것, 그것이 '세상 일'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근면하지 말라. 조사(調査)하지 말라. 인맥을 쌓지 말라. 왜냐고? 상식은 비즈니스의 적(敵)이기 때문이다." 사카모토씨는 1982년 도쿄대 재학 중 '섬싱굿'이란 소프트웨어 회사를 설립하고 학교를 관뒀다. 그후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 '소프트윙' '알파시스템' '어도비시스템' 등을 잇따라 성공시킨 일본 IT업계 1세대다. 현재 일본 경영컨설팅회사 '프로이데(FREUDE)' 회장을 맡고 있다.
―상식이 왜 비즈니스의 적인가?
"전술을 생각하는 사람은 '상식'만으로 충분하다. 무조건 이기면 되니까. 하지만 전략을 생각하는 사람은 때론 질 수도 있다. 전술적 사고론 비즈니스에서 성공할 수 없다. 성공하려면, 돈을 벌려면 전략을 생각해야 한다. 경영자는 기업의 포괄적 성공을 위해 전략을 생각하는 존재다. 장기에 비유해 보자. 전략은 상대의 왕(王)을 빼앗아 이기는 것이다. 내 차(車)를 빼앗겨도 왕을 빼앗으면 된다. 국지적 승리를 지향하는 것이 전술이라면, 전체적 승리를 지향하는 것이 전략이다. 전체적 승리를 위해 국지적 패배를 도모할 수도 있다."
―그런 경험이 있나?
"처음 '전자 화폐'를 파는 회사를 만들었다. 목표는 물론 '많이 팔아 돈을 번다'는 것이었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언론에 소개되니 주문이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영업 파트에 '팔지 말라'고 했다. '많이 파는 전략'과 정반대 전술을 택한 것이다. 당시엔 전자화폐를 사용할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가 많지 않았다. 언론을 보고 주문이 밀려든다고 많이 팔면 팔수록 시장에선 재고(在庫)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처음에 많이 팔아 돈을 벌 수도 있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많이 판 경쟁사는 곧 몰락했다. 재고가 넘치면서 신용이 사라진 것이다. 우리는 우리 전자화폐를 사용할 수 있는 사이트를 우선 개척했다. 마지막 승자는 우리였다."
―결국 큰 눈으로 판을 보라는 얘기인데.
"그렇다. 전략적 사고다. 맥도날드는 햄버거 '가격파괴'로 시장을 석권했다. 경쟁사가 내린 가격을 따라오면 또 내리고 또 내렸다. 몇 년 동안 적자가 나도 계속 내렸다. 이러다 시장을 70% 점유하면 그때부터 세트(set)메뉴를 다양화하는 방법으로 가격을 올리고 있다. 점유율이 70%를 넘으면 가격 경쟁은 의미가 사라진다. 롯데리아, 웬디스, 모스버거 등 아무도 상대가 안 된다. 무조건 '치킨게임(누군가 무너질 때까지 출혈 경쟁을 하는 것)'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최선의 방법론에 대한 가설(假說)'을 전략이라고 했을 때 죽을 때까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최선의 방법론으로 언제까지 적자를 내고 언제 손익분기점을 넘어 언제 전체적으로 흑자를 낸다는 가설을 미리 생각하고 확신하는 것이 바로 전략적 사고다. 확신이 있으면 몇 년간의 적자는 두렵지 않다. 이런 사고에 능한 것이 유태계 상인들이다. 맥도날드도 유태계 회사다. 나는 가설을 생각하는 데만 매일 10시간을 투자한다."
―전략적 사고를 위한 '교양'의 중요성을 책에서 강조했다.
"나는 학생 때 매년 500권씩 책을 읽었다. 지금도 책과 잡지를 구입하는 데 매달 10만엔씩 쓴다. 돈 버는 노하우를 찾기 위해 책을 보는 것은 아니다. 교양이 있으면 '불필요한 것'을 생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적분을 알면 미래를 생각할 수 있듯이. 교양이 없으면 미적분의 원리부터 생각하면서 시작해야 한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이처럼 늘 첫걸음부터 시작하고 있다. 교양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식'과의 차이는?
"아이가 장기판에 장기를 순번대로 놓는 것이 지식이라면, 상대의 왕을 빼앗는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생각하는 힘이 교양이다."
―'근면하지 말라. 조사하지 말라. 인맥도 필요 없다'고 했는데.
"일본 샐러리맨들은 너무 열심히 일한다. 과제를 주면 하루 종일 발로 뛰어다니든지, 밤 새워 데이터베이스에서 과거 사례를 조사한다. 이래서야 무슨 전략적인 사고가 나오겠는가. 인맥을 넓히는 일도 그렇다. 하루 종일 사람들을 만나 명함을 주고 받는 것이 인맥을 넓히는 것이라고 착각한다. 다음날 명함을 받은 사람에게 전화를 해보라. 상대가 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이런 식의 인맥은 비즈니스에 필요 없다. 파티에 가서 명함을 돌릴 시간에 소수의 사람과 더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이 좋다. 성공하는 인맥은 이런 깊은 관계에서 나온다."
―전략적 지도자를 '메타리더(Meta-leader)'라고 표현했다.
"메타란 '보다 상위'란 뜻이다. 전략을 생각하는 것이 메타리더, 전술을 생각하는 것이 리더다. 그 밑에 전투원이 있다. 소니를 예로 들면 (소니의 기업 철학을 제시한) 이부카 마사루(井深大)가 '메타리더'라면 영업의 터를 닦은 모리타 아키오(盛田昭夫)는 '리더'라고 할 수 있다. 동물 세계에도 리더가 있다. 원숭이 집단의 리더, 사자 집단의 리더, 코끼리 집단의 리더 등. 이런 원숭이, 사자, 코끼리를 한 집단으로 묶어 공통의 목표를 향해 가도록 하는 것이 메타리더다. 그래서 전략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사카모토씨는 일본의 대표적 '메타 리더'로 소니의 이부카와 함께 혼다자동차의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本田宗一郞)를 꼽았다. 이부카와 혼다는 전후 일본 제조업의 장인(匠人) 정신을 대표하는 양대 산맥이다. IT산업을 대표하는 소프트뱅크 손정의(孫正義) 사장에 대해선 "메타리더의 자질이 70%, 리더의 자질이 30%"라고 평가했다. 그는 책에서 손 사장의 경영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