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복의쉼터

찐빵 아줌마

이경숙 0 4,088
열 평도 채 되지 않은 듯싶은 동네가게입니다.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이 작은 가게가 내 눈데 띈 것은 '찐빵'이라는 빨간 글씨의 간판때문입니다.
「막 쪄낸 찐빵」이라는 제목의 책 덕분에 '찐빵'이라는 별명으로 불린 지난 17년간의 개인적 이력이 찐빵이라는 단어와 각별해졌다는 사실을 스스로 잘 알고 있습니다.

차를 타고 달릴 때에도 어느 도시, 어느 거리에서나 찐빵이라는 간판은 맨 먼저 들어옵니다.
그러니 하물며 아파트 단지 바로 앞에 있는 동제 찐빵 가게에 이르러서야 더 말할 나위가 없겠지요. 그런데 동네의 작은 찐빵 가게가 동네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진자 이유가 따로 있음을 보게 되었습니다.
바로 찐빵 아줌마의 '하루 종일 버전 콧노래 찬송'때문입니다.

아줌마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같은 호사르 꿈꿀 처지가 못 되었기 때문에 여름철이면 화덕의 불기운 탓에 찜통처럼 더울 터이지만 그에 아랑곳없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얼굴로 하루 종일 콧노래 찬송을 즐겁게 불렀습니다.
내가 찐빵 가게의 단골이 된 게 바로 그 아줌마의 찬송 소리 덕분임을 고백해야겠습니다.
찬송 중에서도 특히 내가 좋아하는 40장을 즐겨 부르신다는 것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습니다.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내 마음속에 그리어 볼 때…." 나는 이 찬송을 부를 때마다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밀려오는 감동의 전율을 느끼며 눈물을 찔끔 흘리곤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찐빵 가게에서 뜻하지 않게 라이브 콧노래로 이 찬송을 들었으니 그 반가움이 어떠했을지 내심 짐작하리라 믿습니다.

하루 종일 즐겁게 찬송을 부르며 찐빵을 쪄 내시는 아줌마의 얼굴은 누가 뭐래도 세상에서 가장 평화롭고 행복한 인생 그 자체였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찐빵 아줌마가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의 무릎 아래 부분을 잃어 의족에 의존한 채 살아간다는 얘기, 그 사고로 남편마저 떠나보내고 딸과 함께 찐빵 가게를 꾸려 간다는 얘기를 들은 것은 내가 이 동네의 주민이 된 지 반년도 더 지난 후의 일입니다.

이 만재 / 카피라이터, 「소금 되어 만납시다 」의 저자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Comment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31 은혜 위에 은혜 이경숙 09.25 4268
30 아침 식사의 중요성에 대하여 이경숙 09.27 4272
29 가정교육 9원리 이경숙 07.15 4283
28 재미있는 (10자)퀴즈 게임 이경숙 09.16 4312
27 똑똑한 김부장 왜 승진에선 물먹나? 이경숙 01.12 4422
26 ☆ 음지로 양지되게 하라 이경숙 10.02 4467
25 말없이 사랑하여라 이경숙 04.24 4774
24 내 눈물의 회개 보다는 이경숙 02.27 4851
23 미래를 준비하는 방법 이경숙 05.30 4856
22 이런 리더가 되라 이경숙 01.08 4888
21 내 삶에 지혜 이경숙 03.25 4903
20 말없는 기도 이경숙 12.22 4999
19 가정을 지키라 이경숙 05.09 5004
18 황혼으로 가는 인생 이경숙 10.15 5025
17 어머니 (추석) 이경숙 09.13 5026
16 12억 까먹고 호떡장사로 다시 선 김민영 씨 이경숙 02.09 5042
15 진솔한 고백 이경숙 10.29 5048
14 살다 보니 마음 편안 사람이 좋다 이경숙 04.06 5084
13 우리들의 삶의 훈련 이경숙 11.01 5142
12 함께 가는길 이경숙 06.20 5195
11 오해 이경숙 07.04 5198
10 감사 하기만 했습니다 이경숙 05.23 5209
9 매사를 소홀히 하지 마십시요 이경숙 09.08 5211
8 아름다운 계산서 이경숙 06.06 5214
영혼의 양식
주님의 말씀을 묵상
DETAIL VIEW
Schedule
이번달 교회행사 안내
DETAIL VIEW
찾아오시는길
고베성복교회입니다.
DETAIL VIEW
예배안내
  • 주일예배1부 - 오전11시
  • 주일예배2부 - 오후2시
  • 주일중고등부예배 - 오후3시30분
  • 주일어린이예배 - 오전10시
  • 수요예배 - 오후2시
  • 금요심야기도회 - 오후9시
  • 새벽기도회 - 오전5시
페이스북에 공유 트위터에 공유 구글플러스에 공유 카카오스토리에 공유 네이버밴드에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