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어느 순간에 가장 아름다운가?
물은 자신을 낮출 때 가장 아름다우며
불은 그 끝을 두려워 않고 타오를 때 가장 아름답고,
꽃은 이별할 것을 알고도 황홀하게 눈맞출 때 가장 아름다우리라.
그럼, 사람은 어느 순간이 가장 아름다울까?
물처럼 자신을 가장 낮추면서
불처럼 맹렬히 타오르면서
꽃처럼 순간 순간에 충실한다면.....
가끔씩 이렇게 모순된 생각과 욕심이 나를 끝없이 방황하게 한다.
물과 불이 공존할 수 없듯이,
순간과 영원도 공존할 수 없는 상반된 감정이리라.
하지만 난 오늘도 물처럼 자꾸만 가장 낮은 곳으로 숨어, 흘러내리고 싶은 만큼
불처럼 가장 화려하고 무모하게 나를 드러내어 타오르고 싶다.
그러다가 때론 한 송이 꽃이 되어, 나를 어여삐 반겨주는 눈길(目道) 있다면
그 따사로운 눈빛에 부끄러운 속살까지 다 보여주는 용감하고 단순한 꽃으로 살다가
여린 바람에도 기꺼이 똑-하고 떨어져, 반항 않고 돌아가리라.
어쩌면 내게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이미 지나가 버려,
영영 다시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이라는 말을 굳이 빌리지 않아도
사람의 잣대와 시간의 잣대로 나를 잰다면
내게는 아름답다는 객관적인 형용사는 이제 어울리지 않으리라.
하지만 사람의 감정에는 객관적인 감정과 주관적인 감정,
이 두 가지가 함께 있어 다행이다
사람의 마음을 더 절박하게 움직이는 데는 오히려 주관적인 잣대가 더 정직하기에
그래도 아직은 아름다움을 꿈꾸며 살아가고 있다.
이렇듯 나는 아름답다는 것은 한 눈에 들어오는 일 차원적인 아름다움보다는
가슴으로, 그 은은한 향기로 다가서는
입체적인 아름다움이 더 우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요즘 내가 꿈꾸는 아름다움은 꽃처럼 화사한 아름다움보다는
연두 빛 잎처럼 늘 푸릇푸릇한 아름다움이다.
잎이 없는 꽃을 상상해 보라.
이는 정말 상상만으로 코미디이다.
한 때는 나도 주인공이 아니면 두 말 않고 사양해버리던 시절이 있었다.
손바닥 아픈 박수와 휘황찬란한 조명이 아니면 뒤도 보지 않고
무대 위에서 내려와 버리던 그 시절을 나는 이제 더 이상
내 인생의 황금기였다고 부르지 않는다.
이젠 기다림 없이도 찾아오는 계절 꽃처럼,
그렇게 덤덤하게 늘 무감각하게 내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그렇다.
아름다움이란 물처럼 자신을 가장 낮춤으로 가장 높아지는 그 순간에
불처럼 비록 재로 남을지라도 주저 없이 타오를 때
꽃처럼 이별을 알고도 뜨겁게 사랑하는 그 순간에 비로소 완성된 모습으로
우리들 곁에 와 서서 편안하게 걸어 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