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란노서원에서 문서 사역자로 처음 사역을 시작할 때의 일입니다. 매주 월요일 아침이면 사무실 구석구석을 청소하며 한 주를 시작했습니다. 신참이었던 저는 편집장님의 쓰레기통을 비우기 위해 제일 먼저 그 자리로 갔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 쓰레기통을 집으려는 순간 편집장님의 손이 저를 가로막았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곳에서는 자기 쓰레기통은 자기가 비웁니다." 목사이자 편집장이셨던 그분은 섬기는 사역자로서의 마음가짐을 그렇게 표현하셨습니다. 당시에 얼마나 머쓱했던지, 지금도 가끔씩 그 당시를 회상하면 웃음이 납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청소하기를 싫어합니다. 그러나 "청소가 즐겁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청소의 결과, 곧 이전보다 깨끗해지기를 기대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만일 내가 하지 않더라도 자연적으로 깨끗해질 수 있다면 굳이 누가 손에 오물을 묻히며 청소를 하려 들겠습니까! 누군가 이런 일을 대신 해주기라도 한다면, 저는 아마 청소를 아예 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일하지 않는 사람의 쓰레기통은 늘 비어 있습니다. 일을 해야 만들어지는 게 쓰레기이기 때문입니다. 일을 많이 할수록 그만큼 쓰레기가 많이 나옵니다. 마찬가지로 가만히 있을 때는 생각이나 마음이 다칠 일이 없습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아무도 안 만나며 집에 가만히 있으면 마음 상할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일을 하다 보면 갈등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내가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많은 염려로 심신이 지치기도 합니다. 내가 일한 만큼 나의 영적 쓰레기통은 버려야 할 것들로 가득해집니다.
중요한 것은 이 쓰레기통을 어떻게 하느냐는 것입니다. 쓰레기는 시간이 지나면 부패해 고약한 냄새를 풍깁니다. 썩지 않을 것도 그 옆에 있다 보면 수분과 세균들로 인해 함께 썩어 들어갑니다. 그렇기에 쓰레기통은 자주 그리고 주기적으로 비워 주어야 합니다. 우리 또한 하나님의 일로 수고하고 애쓰는 시간만큼 자기 내면의 쓰레기통을 비워 새로운 은혜를 채울 공간을 바련해야 합니다. 물론 매일 아침 QT를 통해 경건의 삶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끔씩 큰 덩어리 시간을 내어 하나님께 더 깊이 나아가지 않으면 QT가 잘 안 될 때가 있습니다. 그때가 바로 쓰레기통을 비워 줄 타이밍입니다.
그 누구도 가만히 있는 우리를 바꾸지 못합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을 받기 위해 먼저 자기 내면의 쓰레기통을 비워야 합니다.
이정엽 / 생명의 삶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