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복의쉼터

길이 뚫여야지!

이경숙 0 4,040
비가 내리는 오후, 도심으로 향하는 길목에 이르자 앞차들이 속도를 줄이고 서서히 움직이면서 비상 깜빡이등을 켜댄다. 차들이 막혔다는 신호다. “비가 오면 항상 정체가 되잖아. 곧 풀리겠지.” 옆자리에 앉은 친구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한다. “허긴, 뭐 비가 안와도 여기는 조금은 밀리는 곳이야.” “그러게. 근데 오늘은 조금 더 심한 것 같네. 사고 났나?” “빗길이잖아. 사고일 수도 있지. 조심들 하지.”

꽤 지체를 했는데도 차는 움직일 기미가 없다. 늘어선 차들을 바라보니 왠지 숨이 막힌다. “얘, 저 차 진짜 좋다. 처음 보는 모델인데?” 내 답답함을 알았는지 친구가 한 쪽을 가리키는데, 정말 잘 빠진 차 하나가 서 있다. “정말 멋있지? 외국 차인가 봐. 돈이 얼마나 많음 저렇게 멋진 차를 타고 다닐까?” “정말 근사하다. 나도 처음 보는 차야. 근데 멋지면 뭐하니?” “무슨 말이야?” 친구는 저렇게 멋진 차를 보고 그렇게 말하나 싶었는지 나를 한 번 쳐다본다.

“이렇게 막힌 길에서는 멋진 차라고 빨리 갈 수 있는 게 아니란 뜻이야.” 내 말에 친구는 그제야 무슨 말인지 알아듣는 듯했다. “그러고 보니 그러네. 뭐 소형차나 대형차나, 외제차나 길이 막히니 똑같이 꼼짝도 못하는구나. 어쭈! 너 꽤 철학적이다.” 친구는 놀림 반, 놀람 반으로 내 어깨를 한 번 툭 친다. “이왕 잘난 척 했으니 말 좀 더 해볼까?” 내가 목에 힘을 주고 헛기침을 몇 번 더했다. “그래, 네 잘난 척, 나니까 받아준다. 어디 더 읊어봐라.”

“인생을 차에 비유하면 말이야, 어떤 사람은 소형차를 가졌고, 어떤 사람은 중형차를 가졌지. 어떤 사람은 저 차처럼 진짜 근사한 차를 소유하기도 해. 물론 어떤 차를 가졌느냐가 인생을 좀 더 윤택하게 할 수는 있어. 그러나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차를 어떻게 모는가가 더 중요하지. 즉 운전솜씨가 중요하다는 거야. 소형차라도 잘 모는 자는 사고가 나지 않고 빨리 갈 수 있지만, 아무리 멋진 외제차를 몰더라도 험하게 몰거나 운전 실력이 별로라면 절대 빨리 갈 수 없다는 거야.”

“오늘 내리는 비가 너를 철학자로 만드는 구나.” 친구가 심각하게 말하고 있는 나를 향해 놀린다. “그런데 말이야. 운전을 잘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어. 너는 그것이 뭔지 아니?” 내 질문에 친구는 ‘내가 알 리가 있나.’ 하는 표정을 짓는다. “철학자께서는 그냥 계속 말씀하세요.” 장난을 치는 듯해도 친구는 내 말을 유심히 듣고 있다.

“그건 말이야, 어느 길로 가느냐야. 아무리 운전을 잘 한들 뭣 하겠어. 이렇게 막힌 길로 들어서면 제아무리 운전을 잘해도 아무 소용이 없잖아. 결국 소형차나 중형차나 마찬가지고, 베테랑 운전자나 초보운전자나 똑같이 서 있어야 한다는 거지. 그래서 결국은 길을 잘 찾는 자가 승리한다는 말이야. 이상 끝.” “꽤나 의미심장한 말씀이셨어. 맨날 패션에만 신경을 쓰시는 줄 알았더니 나름의 철학이 있으셨네요.”

놀리는 친구의 말이 그리 싫지 않다. “그러나 저러나 이 정체 언제 풀리려나. 정말 따분하네.” “우리 음악이나 크게 틀자.” “마당쇠야, 풍악 좀 울려봐라.” “예, 마님.” 우리는 차가 떠나가라 음악을 틀어놓고 정체가 풀리기만 기다렸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많이 가진 것이 편하기는 하다. 소형차보다는 중형차가 승차감이 좋은 것은 사실이니까. 또 남들의 부러움을 살 수 있음도 부인하지 않겠다.

그러나 그렇다고 중형차가 반드시 소형차보다 빨리 가라는 법은 없다. 속도는 차의 크기에 관계없다. 속도는 운전솜씨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운전솜씨가 같다면 중형차가 우세하겠지만, 소형차를 모는 운전자가 운전을 잘 한다면 소형차도 너끈히 중형차를 따라 잡을 수 있다. 뒷받침이 약해도 실력이 있고, 지식이 있다면 세상을 살아볼 만 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것도 길이 뚫렸을 때나 가능한 말이다. 길이 막힌 곳에서는 제아무리 운전솜씨가 뛰어나도, 또 제 아무리 고급세단이라도 별 재주 없다. 그냥 서 있는 수밖에.

인생이 막혔을 때는 인간이 가진 돈이나, 인간의 지식으로도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옳은 길, 막히지 않은 길을 가는 운전자가 최후의 승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길을 잘 알아야 막히지도 않고, 돌지 않고 갈 수 있다. 주님은 말씀하신다. “내가 곧 길이요(요14:6).” 이 길이 옳은 길이요, 막히지 않은 길이다. 이 길을 따라가야 내 부귀도 빛을 발하고, 내 지식도 빛을 발하게 된다. 소형차를 가졌더라도 이 길을 따라가면 능히 원하는 곳에 일찍 도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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