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복의쉼터

평양부흥 100주년

이경숙 0 4,120
평양 대부흥이란

1907년 1월 평양 장대현교회에서 시작된 개신교계의 부흥운동. 1906년 원산에서 시작된 부흥운동이 평양으로 이어져 장대현교회에서는 새해 벽두인 1월 2일부터 성경공부 모임인 사경회(査經會)가 열렸다. 초반에는 열기가 높지 않았으나 14일 밤부터 교인들이 잇달아 자신의 허물을 눈물로 고백하고 나서면서 회개의 물결이 이튿날까지 이어졌다. 부흥운동은 곧 전국적으로 확산되며 개신교 교세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기폭제가 됐다.

아래는 오정현 목사 인터뷰 기사

―1907년은 한국 개신교 역사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 해입니까?

“지난 100년 동안 한국 교회가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는 모판이 된 평양대부흥이 그 해에 일어났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 해 9월에는 한국인 최초의 목사 일곱 분이 탄생했고, 미국의 교단으로부터 독립한 노회(장로교의 지역단위)가 생겼습니다. 교회연합운동도 일어났습니다. 1907년엔 기독교인의 수가 7만명으로 인구의 1%도 되지 않았지만 도박과 술, 절망에 취한 사회를 자발적 회개운동으로 이끌면서 교회가 민족의 소망이 되는 계기가 됐지요.”

―평양대부흥은 기독교 역사뿐 아니라 우리 근·현대사에도 깊은 영향을 끼쳤다고 합니다만.

“당시는 청·일전쟁, 러·일전쟁에 이어 을사늑약까지 이어지며 국민의 마음까지 황폐하던 시절입니다. 또 양반, 상놈으로 신분이 나뉘고 미신까지 팽배해 어디서도 국가적인 발전동력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그런 때에 교인들의 영적 각성으로부터 시작한 평양대부흥은 금주, 금연, 도박 추방, 물산장려운동으로 이어지며 민족의 타락과 무기력을 막는 방부제, 방파제 역할을 했지요. 또 한글성경보급으로 문맹퇴치에도 기여했습니다. 대부흥 이후 평양은 ‘동방의 예루살렘’으로까지 불렸습니다. 결국 이런 영적 능력이 일제 식민지 시절을 버텨낼 수 있는 ‘희망의 닻’으로 선(善)한 영향력을 발휘한 것입니다.”

―‘평양대부흥’은 회개로부터 시작돼 부흥으로 이어졌습니다. 회개와 부흥은 어떤 관계가 있습니까?

“회개가 수반되지 않는 부흥은 진정한 부흥이 아닙니다. 진정한 회개는 건강성을 회복하도록 도와줍니다. 성장을 목표로 삼아선 안 됩니다. 아기들이 적당한 음식을 잘 먹으면 잘 자라듯이 교인들이 예수의 제자가 되는 삶을 잘 산다면 성장은 자연적으로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한국 개신교는 무엇을 회개해야 할까요?

“서구 교회는 신앙은 사라졌어도 기독교적인 삶의 형태는 남아있습니다. 반대로 한국교회는 신앙은 뜨겁지만 삶이 못 따라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신학과 신앙은 보수적이되 삶은 진보적, 개혁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독교인들의 삶이 사회의 본을 보이지 못한 것을 회개해야 합니다. 또 교단과 교회에는 충실한 교인을 양성했지만 정작 시대에 맞게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변화를 이끌지 못한 것은 아닌가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리바이벌 2007’은 어떻게 진행됩니까?

“14~15일은 장대현교회에서 회개의 물결이 쏟아져 대부흥의 불길이 일어난 지 꼭 100년이 되는 때입니다. 이틀에 걸쳐 5만여 교인들이 금식·철야기도를 합니다. 개신교 진보와 보수가 어우러지고 교단과 교파를 초월할 것입니다. 이 기도회를 통해 철저히 회개하면서 갈등과 혼돈의 소용돌이에 있는 우리 사회와 세계를 위해 한국교회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통성기도할 것입니다. 사실, 평양대부흥 100주년을 기념하는 만큼 이 기도회는 평양에서 열려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 부득이 서울에서 열게 돼 안타깝습니다. 이번 기도회에서는 광복 당시 2800여 교회가 있었던 북한의 복음화를 위해서도 기도할 것입니다. 1907년 평양대부흥이 한국교회의 기틀이 됐듯이 이번 기도회가 한국 개신교 재도약의 계기가 될 것으로 믿습니다.”

―지난해 통계청 조사발표에선 처음으로 개신교 신자 수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에 따른 반성과 성찰의 움직임도 활발하던데요.

“저는 줄어든 기독교 인구가 해외로 나갔다고 봅니다. 그러나 어쨌든 성장추세가 멈칫한 것은 사실이지요. 그러나 여전히 희망은 있다고 봅니다. 과거 교인들은 늘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진액을 쏟아내는 애국심과 정성이 1980년대까지 한국교회의 성장을 이끌어온 동력이 됐습니다. 그런데 1990년대 들어 한국교회가 마음을 놓았다 할까요, 영적인 긴장감이 사라졌다고 할까요. 100년 전에는 인구의 1%도 안 되는 기독교인이 사회 윤리를 선도했는데 지금은 개신교 신자가 20%가 넘는데도 사회의 투명성이 낮다는 것에 책임감을 느껴야 합니다. 과거 조만식 선생이나 가나안농군학교 김용기 장로님이나 장기려 박사님처럼 나라사랑, 이웃사랑하는 마음을 되찾고 기도한다면 부흥은 저절로 이뤄질 것으로 믿습니다.”


인터넷 조선일보 기사(20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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