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자연 학습을 위해 강원도에 있는 <양떼 목장>을 다녀오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그동안 양에 대해 갖고 있던 제 신비감이 모두 깨졌습니다. 양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처럼 그리 깨끗하지도, 온순하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왜 성경에서 양이 죄인인 우리를 비유하는 데 쓰였는지 저절로 이해가 되었습니다. 지저분함 이외에도 양은 시력이 굉장히 좋지 않습니다. 사람의 시력으로 환산하면 마이너스 10디옵터 정도여서 전방 1~2미터 앞에 있는 물체도 잘 보지 못합니다. 그리고 기억력도 좋지 않아서 매일 다니는 길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해 헤매기 일쑤입니다. 머리가 나쁘면 성격이라도 좋아야 하는데, 고집 또한 대단합니다. 잘못된 길로 들어섰음에도 돌이키기보다 계속해서 전진하려고 합니다. 다리는 몸에 비해 아주 짧아 재빨리 도망갈 수도 없고, 오히려 넘어지기 쉬우며, 한 번 넘어지면 못 일어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뒤집힌 양은 네 발을 버둥거리다가 죽기도 합니다. 심한 공포감을 느끼고 버둥거리는 동안 가스가 차오르기 시작하고 혈액 순환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양에게는 자기 방어 능력이 없습니다. 물론 뿔이 있지만, 동그랗게 말려진 뿔은 공격용이 아니라 방어용입니다. 어떻습니까? 양을 들어 우리를 비유하시는 하나님의 비유가 설득력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런 양의 연약한 점을 묵상하다 보면, 목자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됩니다. 양의 안전을 위해서는 목자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목자가 없는 양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목자가 지팡이와 막대기를 들고 양떼를 이끌 듯, 주님이 우리를 이끌어 가실 때 비로소 우리는 안심하고 푸른 초장에 누워 안위를 누리게 됩니다. 그런데 양에게는 한 가지 장기가 있습니다. 바로 뛰어난 청력입니다. 아마도 양의 유일한 장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인간이 미처 듣지 못하는 세미한 소리도 양은 잘 듣습니다. 양은 목자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목자의 소리를 듣고 따라갑니다.
우리에게 하나님의 인도와 보호가 필요한 이유는 우리의 연약함 때문입니다. 어느 누구도 하나님의 음성을 듣지 않고는 제대로 살아갈 수 없습니다.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로운 시간을 살게 됩니다. 새로운 길을 가게 됩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하나님의 음성을들으십시오. 목자의 음성은 우리를 결코 헛된 길로 이끌지 않을 것입니다.
이정엽/ 생명의 삶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