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복의쉼터

찐빵 아줌마

이경숙 0 3,971
열 평도 채 되지 않은 듯싶은 동네가게입니다.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이 작은 가게가 내 눈데 띈 것은 '찐빵'이라는 빨간 글씨의 간판때문입니다.
「막 쪄낸 찐빵」이라는 제목의 책 덕분에 '찐빵'이라는 별명으로 불린 지난 17년간의 개인적 이력이 찐빵이라는 단어와 각별해졌다는 사실을 스스로 잘 알고 있습니다.

차를 타고 달릴 때에도 어느 도시, 어느 거리에서나 찐빵이라는 간판은 맨 먼저 들어옵니다.
그러니 하물며 아파트 단지 바로 앞에 있는 동제 찐빵 가게에 이르러서야 더 말할 나위가 없겠지요. 그런데 동네의 작은 찐빵 가게가 동네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진자 이유가 따로 있음을 보게 되었습니다.
바로 찐빵 아줌마의 '하루 종일 버전 콧노래 찬송'때문입니다.

아줌마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같은 호사르 꿈꿀 처지가 못 되었기 때문에 여름철이면 화덕의 불기운 탓에 찜통처럼 더울 터이지만 그에 아랑곳없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얼굴로 하루 종일 콧노래 찬송을 즐겁게 불렀습니다.
내가 찐빵 가게의 단골이 된 게 바로 그 아줌마의 찬송 소리 덕분임을 고백해야겠습니다.
찬송 중에서도 특히 내가 좋아하는 40장을 즐겨 부르신다는 것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습니다.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내 마음속에 그리어 볼 때…." 나는 이 찬송을 부를 때마다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밀려오는 감동의 전율을 느끼며 눈물을 찔끔 흘리곤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찐빵 가게에서 뜻하지 않게 라이브 콧노래로 이 찬송을 들었으니 그 반가움이 어떠했을지 내심 짐작하리라 믿습니다.

하루 종일 즐겁게 찬송을 부르며 찐빵을 쪄 내시는 아줌마의 얼굴은 누가 뭐래도 세상에서 가장 평화롭고 행복한 인생 그 자체였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찐빵 아줌마가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의 무릎 아래 부분을 잃어 의족에 의존한 채 살아간다는 얘기, 그 사고로 남편마저 떠나보내고 딸과 함께 찐빵 가게를 꾸려 간다는 얘기를 들은 것은 내가 이 동네의 주민이 된 지 반년도 더 지난 후의 일입니다.

이 만재 / 카피라이터, 「소금 되어 만납시다 」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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