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문화와 습관

日 학교 이지메는 '사회현상의 축도'..약자 때리기 빈번

이경숙 0 4,699
<日 학교 이지메는 '사회현상의 축도'..약자 때리기 빈번>

(도쿄=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 잇단 자살을 부르고 있는 학교 '이지메'(집단 괴롭힘)가 일본 열도를 다시 깊은 충격에 빠뜨렸다. 일본 정부는 자살 자제를 호소하며 총체적 대책마련에 뛰어들었지만 자살 '광풍'(狂風)은 날로 거세질 뿐이다. 전문가들도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일본 '이지메 악몽'의 배경은 무엇이며 그 파장의 끝은 어디인가.

◇ 꼬리 무는 자살..학교 '쉬쉬'속 곪아 터져 = '이지메 자살'을 예고한 편지가 문부과학상 앞으로 배달된 지난 7일 이래 총 3명의 남녀 중학생이 자살했다.
급우들로부터 돈을 가져오라는 협박을 받거나 체육시간에 골탕을 먹는 등 전형적인 이지메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자살예고 편지도 전국 각지에서 잇따라 10통을 넘었다.
도쿄 인근 지바(千葉)현의 한 아파트 게시판에는 13일 "이지메를 당하고 있다.
12월 10일 죽겠다"라는 한 중학생의 예고 글이 나붙어 해당 학교가 초긴장에 빠졌다.

아사히(朝日)신문이 지난 11-12일 성인 1천753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62%가 학창시절 이지메가 "있었다"고 답했다.
젊을수록 "있었다"는 응답비율이 높아 20-30대는 80% 수준에 달했다.

일본 학교의 뿌리깊은 이지메 문제는 일선 학교를 비롯한 교육당국이 '쉬쉬'하며 은폐하는 사이 다시 곪아 터졌다는 분석이다.
12일 자살한 기타규슈(北九州)시의 한 초등학교 교장(56)은 자신이 재직하던 학교에서 최근 5학년 여학생(10)의 이지메를 알고도 교육위원회에 단순 '금전문제'라고 거짓 보고했다는 유서를 남겼다.

문부과학성은 지난 1999년부터 2005년까지 이지메 자살이 한 건도 없었다고 밝표한 바 있다. 그러나 언론 보도로 실체가 드러나자 뒤늦게 인정했다.
지난 1991년 중학생 딸이 자살한 A(60)씨는 "어떤 경우라도 학교는 함구령을 중단하고 관련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딸의 자살원인을 밝히기 위해 학생들의 작문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진행중이다.

◇ '사회적 이지메' 빈번..재일조선인 때리기 전형 = 일본은 학교 이지메 뿐 아니라 성인에 대한 이지메로 논란을 빚곤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4년 취재나 자원봉사 등을 위해 이라크에 들어갔다가 저항세력에 억류됐던 다카도 나호코(高遠菜穗)씨 등 활동가들의 경우. 당시 이들의 일본 가족들에게는 '자업자득'이라고 쓰인 엽서가 날라오거나 "죽어버려"라는 전화와 팩스가 잇따르는 등 각종 중상모략과 비방이 빗발쳤다.

당시 이들에게 이지메를 가한 쪽은 "누가 사지(死地)에 가라고 강요했냐"며 노골적인 반감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이라크에 자위대를 파병했던 일본 정부도 이른바 '자기책임론'을 거론하며 이지메에 가담하는 모습을 보였다.
고이즈미 당시 총리는 "정부는 올 들어 13차례나 이라크에 들어가지 말라고 권고했다"며 억류된 활동가들을 공박했다.

총련계 재일조선인에 대한 일본 사회의 '때리기'는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사건이 공식화된 뒤 시작돼 북한의 미사일발사와 핵실험 등으로 점차 노골화돼왔다.
미사일 발사 후인 지난 9월 총련의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중앙본부에 협박문과 함께 사람의 잘린 새끼손가락이 들어 있는 봉투가 배달되는 등 테러에 가까운 괴롭힘이 잇따랐다.

서충언 총련 국제국장은 지난 9일 도쿄의 일본특파원협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사일발사 이래 총련계 학생들은 이지메가 두려워 자신의 실명을 숨겨야 했으며 여학생들은 '치마 저고리'를 입을 수 없게됐다고 호소했다.

이지메 전문가인 모리타 요우지(森田洋司) 오사카쇼인여자대학 교수는 요미우리(讀賣)신문 대담에서 "일본 사회 전체에 나만 안전하면 된다는 생각, 보신의식이 강하다"며 "거기에 (이지메) 방관자가 생겨나는 배경이 있다"며 일본사회는 아직 시민의식이 미약하며 미성숙하다고 지적했다.

◇ 전통.애국중시 '아베 교육개혁' 배타의식 조장 우려 = 일왕을 정점으로 한 이른바 '만세일계'(万世一系)로 상징되는 '순혈주의'의 의식이 강한 일본 사회는 이질적 존재를 구별하는 경향이 유독 심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오랜 기간에 걸쳤던 재일교포 차별과 아직도 그 벽이 견고한 지방정치에의 외국인 참여 불허 등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학교 이지메는 사회 전체에 스며 있는 이러한 배타의식이 교실에 반영된 양상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아베 정권'이 공약으로 내걸고 추진중인 교육기본법 개정은 일본 사회의 배타주의 양상의 골을 더욱 깊게 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현행 교육기본법(1947년 제정)이 민주.시민의식의 고양이라는 관점에서 '개인'의 가치를 중시했던데 비해 개정안은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과 '전통중시'를 주창하는 등 '우리 것'을 유독 강조하는 동시에 공부 잘하는 '강한 아이'를 길러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모리타 교수는 "이지메는 이지메하는 아이, 이지메 당하는 아이 밖에 이지메를 지켜보는 관중과 보고도 못 본 척하는 방관자라는 4층 구조로 진행된다"며 "이지메를 멈추게 하는 중재자가 길러지지 않으면 사태는 심각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사회의 부조리에 냉소하기 보다는 지적하고 바로잡으려는 시민의식과 연대감의 함양이 요구된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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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2006-11-14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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