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문화와 습관

일본축제 : 하나비(불꽃놀이)

이경숙 0 4,410
일본의 봄에 활짝 핀 사쿠라 꽃을 즐기는 `하나미(花見)'가 있다면 여름에는 불꽃놀이를 즐기는 `하나비(花火)'가 있다고 할 정도로, 일본의 여름에는 전국 어디서나 불꽃놀이가 성행하고 있다. 한국에서 `하나비'는 기타노 다케시 감독이 만들어 1997년 베니스영화제 대상을 차지한 영화제목으로 잘 알려져 있다. 참고로, `하나미'는 글자 그대로 "꽃을 본다"는 의미이고, 후자는 `꽃'과 `불'을 의미하는 `하나'와 `히'가 만나면서 `히'가 `비'로 변해 만들어진 글자이다. 일본어에는 `ㅎ' 음가가 연음이 되면서 `ㅂ' 음가로 변하는 경우가 많은데, 노천탕을 의미하는 `로텐부로(路天風呂)'가 대표적이다. 이는 `하늘이 없다'는 노천과 `탕'이라는 뜻의 `후로'가 만나면서 뒤의 `후로'가 `부로'로 변한 단어인데, 이런 구조를 제대로 모르면 프랑스에서 흘러 들어온 외래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가 쉽다.

하나미와 하나비는 닮은 꼴

하나미와 하나비는 발음도 비슷하지만, 어떤 점에서는 두 행사의 성격도 비슷하다. 우선 둘 다 화려하다는 것이다. 일본의 봄 거리를 사쿠라 꽃이 화려하게 뒤덮는다면, 하나비는 일본의 밤하늘을 찬란하게 수놓는다고 할 수 있다. 또 하나미와 하나비는 즐기는 기간이 매우 짧다는 점도 닮았다. 벚꽃이 피었다가 지는 기간은 10일 정도이다. 불꽃놀이는 보통 2~3 시 간 진행되지만, 한번 쏘아올려진 불꽃이 지는데는 채 1분도 걸리지 않는다. 둘 다 짧고 화려함을 즐기는 일본인의 미의식에 잘 맞는다고 할 수 있다.
두 행사를 즐기는 일본 사람들의 행태도 비슷하다. 미리 꽃이나 불꽃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는 것이며, 맥주나 일본주를 마시며 모처럼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도 용서가 되는 것이 그렇다. 사람들이 떼거리로 몰려서 보는 것도 전국적으로 행사가 진행되는 것도 비슷하다. 예를 들어 7월26일 열린 전통의 스미다가와하나비대회에는 100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운집해 구경을 했다. 스미다가와 대회말고도 전국에 유명한 불꽃놀이 대회가 즐비한데, 수십만이 모이는 것은 보통이다.
일본의 불꽃놀이는 대체로 7월 말 8월 중순에 걸쳐 열리는데, 화려함이나 규모, 횟수가 세계적으로도 유명해 불꽃놀이만을 보기 위해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도 많다고 한다. 도쿄도만도 스미다가와 불꽃놀이를 비롯해 도쿄만 불꽃놀이, 아타치 불꽃놀이, 에도가와구 불꽃놀이 등 관람객 수십만~100여만을 헤아리는 불꽃놀이 대회가 10군데 정도나 된다.

에도시대부터 시작한 불꽃놀이

일본에서 불꽃놀이의 역사는 의외로 길다. 유럽에서는 14세기 후반 이탈리아의 피렌체에서 시작돼 16세기에 유럽 각국으로 퍼져 나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이 일본에 전해진 것은 1543년 조총의 전래와 함께 화약이 배합 방법이 전해지면서라고 한다. 1613년에는 8월6일에는 도쿠카와 이에야스 장군이 지금의 황궁 정원에서 불꽃놀이를 관람했다는 기록도 있다. 이때부터 장사꾼들이 동네를 돌아다니며 손으로 들고 즐기는 불꽃놀이 기구를 팔러 다녔다고 한다. 이렇게 시작한 불꽃놀이는 에도 시대 서민의 본격적인 오락으로 발전하면서 화재를 내는 등 사고가 잦아, 1548년, 1570년, 1580년 등에 막부가 마을 위로 쏘아 올리는 불꽃놀이 금지령을 발동하기도 했다.
일본에서 대형 불꽃놀이의 시초로 알려진 스미다가와의 불꽃놀이는, 막부가 1733년에 전년의 전국적인 흉작과 에도의 역병 유행으로 많은 사람이 죽은 것을 위령하고 역병을 퇴치하기 위해 스미다가와의 료고쿠 다리 가까이서 수신제를 연 것이 기원으로 알려졌다. 이 때 강의 양쪽에 있는 술집 들이 흥을 돋우기 위해 불꽃놀이를 시작한 것이 효시가 됐다고 한다. 처음에는 지금처럼 큰 규모가 아니고, 납양선이 뜨면 불꽃놀이 기구를 파는 배가 모여들어 기구를 팔고 손님이 여기에 불을 붙여 노는 정도의 소규모였다. 지금처럼 규모가 커진 것은 놀잇배 가게와 술집 등의 주인이 손님을 불러모으기 위해 돈을 각출해 큰 규모의 불꽃놀이를 하면서부터이다. 특히 이들은 손님을 보다 많이 모으기 위해 매년 음력 5월28일을 스미다가와에서 수영을 시작해도 되는 `가와비라키(川開き)로 정해 이날 대규모의 불꽃놀이를 거행했다.
7월27일 열린 스미다가와 불꽃놀이에서는 약 2만발의 불꽃이 하늘에 쏘아져 올려 장관을 이뤘는데, 올해는 에도(현 도쿄) 개도 4백주년을 기념해 에도 시대로부터의 전통적인 일본 불꽃이 재현돼 눈길을 끌었다.
일본의 불꽃놀이에서 색깔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염산칼륨이 수입되기 시작한 1879년부터이고, 이후 새로운 화학약품이 도입되면서 일본 독특한 색의 배합과 변화가 생기게 됐다고 한다. 특히, 불꽃이 터지는 도중에 빛이 2번 또는 3번 변하는 수법은 현재 일본만이 구사하는 독특한 기술이라고 한다. 또 어린이들이 공원이나 공터에서 간단하게 즐기는 완구용 불꽃놀이도 다종다양한 면에서는 일본 것이 가장 유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꽃놀이의 이면

이렇듯 화려하고 전통이 있는 일본의 불꽃놀이도 최근엔 경제불황의 여파로 곤경을 겪고 있다. 경제가 잘 나가던 시절에는, 지방자치단체 등 주최 쪽이 기업으로부터 경비 협찬을 받아 운영을 해왔으나 최근에는 기업으로부터 협찬금을 받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엔 불꽃놀이를 편안하게 잘 볼 수 있는 특별석을 만들어 놓고, 협찬금을 많이 낸 개인들에게 특별석을 파는 방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누구나 일찍 가면 좋은 자리에서 볼 수 있던 서민의 오락이 불황의 여파로 `빈익빈, 부익부'의 차별오락으로 변질된 것이다.
또 각지에서 지역 경제 살리기 차원에서 경비 등에 대한 안전 대책도 소홀히 한 채 마구잡이식으로 불꽃놀이 대회를 개최하면서 대형 사고도 일어나고 있다. 2001년 7월 효고현의 아카시 시에서 열린 불꽃놀이 대회에서 관람객들이 뒤에서 몰려 온 인파들에 밀리면서 앞으로 넘어지면서 어린이 등 11명이 사망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의 피해자들은 아직도 시와 경찰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 사람들이 어느 국민보다 질서를 잘 지키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워낙 한꺼번에 사람이 많이 몰리다보니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 최근에는 경제불황과 함께 일본인들의 성격도 거칠어지면서, 일부러 질서를 교란하는 젊은이들도 늘고 있다. 아카시의 사건도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일부 젊은이들이 행렬 중에서 소란을 유발해 일어났다는 설이 있다.
여름 밤을 화려하게 수놓는 일본의 불꽃놀이는 볼만한 구경거리임에 분명하지만, "일본이니까 안전하겠지"하는 느슨한 마음으로 즐기는 것은 금물이다.

글쓴이 : 오태규 (인터넷 한겨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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