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문화와 습관

일본의 축제: 오모리 네부타 마쓰리

이경숙 0 4,709
일본은 `축제(마쓰리)의 나라'라고 불릴 정도로 일년내내 동네마다 축제가 이어진다, . 일본의 마쓰리는 대부분 풍작과 풍어를 비는 의식에서 비롯됐다고 하는데, 고장마다 어울리는 시기에 맞춰 신사나 절을 중심으로 행사가 이뤄지는 게 보통이다.
여름에는 한국의 추석에 해당되는 8월 중순의 오봉 기간 때 전국의 마을에서 봉오도리라는 축제가 거의 동시에 열린다. 주민들은 동네의 신사 마당에 모여 임시무대에서 연주되는 북과 노랫소리에 맞춰 단순한 손짓과 발걸음 동작을 반복하는 춤을 춘다. 축제기간 중에는 신사의 경내에 맥주 등 술과 야키도리 등의 안주, 어린이용 장난감을 파는 노점 등도 들어서 축제 분위기를 돋군다. 봉오도리는 짜증나는 더위를 이겨내기 위한 행사이기도 하면서, 지역 주민의 결속을 다지는 의미를 동시에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많은 한국 사람들이 일본에서 가장 부러워하는 것 중의 하나가 마쓰리인데, 실상은 한국에도 이런 행사가 있었다. 다만, 한국은 이런 것이 근대화, 현대화의 물결 속에서 미신 추방이라는 미명 아래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일본은 이것을 시대의 변화에 맞춰 발전시키면서 주민의 단결 뿐만 아니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일본이 일제시대에 한국 사람들이 모일 기회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대동제 등 한국의 마을 축제를 없앤 것이 한국에서 전통적인 마을축제가 사라지게 된 주요원인이라고 하니 역설적인 일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최근에 한국에서도 지방자치제의 실시에 맞춰 곳곳에서 축제 행사가 활성화되고 있지만, 이름만 다를 뿐 내용은 노래자랑과 먹거리 시장 등 전국적으로 천편일률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지역특성을 살린 독특한 내용의 행사를 찾아내고 부활시키는 노력이 더욱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아오모리의 네부타 축제

최근에 아오모리현에 몇일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아오모리현은 산과 바다의 자연과 사과, 쓰루가해협, 산미센 등이 유명한 곳이지만 여름 축제인 네부타 마쓰리도 전국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유명하다. 아오모리의 네부타 마쓰리는 센다이의 다나바타 마쓰리, 아키타의 간토 마쓰리와 함께 일본 동북지방의 3대 마쓰리로 꼽힌다.
네부타는 `졸립다'는 뜻의 일본말 `네무이'의 이곳 방언인 `네푸타이'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눈이 많고 겨울이 긴 동북지방에는 잠을 자는 습관이 여름까지 남아 있는데, 추수를 앞두고 한창 일을 해야 할 여름까지 이런 버릇이 계속되면 곤란하니까 잠을 쫓아내는 행사가 등롱제로 발전된 것이 네부타 마쓰리라는 설이 유력하다. 이 때문에 아오모리의 네부타 마쓰리는 일본의 마쓰리 중에서도 신사와 절과 직접 관계없는 몇 안되는 주민들의 행사로 치뤄진다. 마쓰리는 매년 정례화돼 8월1일 전야제, 8월2일~7일 본 행사로 열리는데, 마지막 날은 커다란 등롱인 네부타의 해상 운행과 불꽃놀이로 대미를 장식한다.
이번에 아오모리에 갔을 때는 7월 중순으로, 네부타 마쓰리가 한창 준비중이었다. 준비란 대형 등롱인 네부타를 만드는 작업이다. 작업은 아오모리현의 A자를 본떠 만든 삼각형 모양의 아오모리물산관 옆의 대형 천막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행사에 참여하는 각 단체별로 대형 천막을 쳐 놓고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높이와 넓이가 수미터나 되는 대형 등롱을 만드는데는 2-3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등롱의 뼈대는 전문가가 철사를 엮어 전체 모양의 골조를 만든 뒤, 자원봉사자 등이 철사 뼈대에 하얀 종이를 붙인다. 이렇게 만들어진 입체에 물감으로 채색을 하면 비로소 축제에 들고 나갈 대형 등롱이 완성되는 것이다. 네부타 등롱은 대체 가부키의 인물이나 삼국지 등 역사를 소재로 하는 것이 많다고 한다. 한 기술자는 이런 모양을 만드는 데는 "설계도를 사용하지 않고, 그림이나 사진만을 보고 직접 만든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감각으로 빚어내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네부타는 불 축제라고 하는데, 축제에 동원되는 주된 도구가 등롱이기 때문에 그렇게 부른다. 예전에는 햇불이나 촛불이 사용됐고, 그 다음 단계로는 카바이트가 이용됐는데, 10여년 전부터는 발전기를 이용한 전등 등롱으로 발전됐다. 네부타에 전기를 사용하게 된 것은 종이의 등롱이 격렬하게 움직일 때 촛불 등에 접촉해 화재를 내는 사건이 종종 일어나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에서였다고 한다. 때문에 이후 네부타의 제작 과정에서 전기 배선의 기술이 매우 중요하게 부각됐다. 이런 변화 속에서 최근에는 마쓰시타전기 등의 전기회사가 자기회사 선전을 위한 네부타를 직접 만들어 참가하거나, 회사 광고를 넣도록 후원하는 일도 잦아졌다. 축제가 참가하는 축제에서 관광객에게 보여주는 축제로 변질되면서 등롱의 규모도 손으로 들고 다니는 수준에서 점차 거대화돼 현재는 30여명의 장정이 끌어야 움직이는 수미터급으로 대형화했다. 큰 규모의 등롱은 1톤급의 발전기를 포함해 3-4톤의 무게가 나간다고 한다.
일주일 동안 열리는 네부타 마쓰리를 보기 위해 찾아오는 관광객은 어림잡아 300만명을 넘는다고 한다. 물론 이 기간 중에는 호텔비나 자동차 렌트비 등의 값이 치솟는다.

네부타의 마쓰리의 과격성과 대책

네부타 마쓰리는 불축제답게 열기가 뜨거운 정열의 축제로도 유명하다. 마쓰리에 참여하는 20여대의 대형 등롱 뒤에 `랏세라'라는 구령과 함께 한발을 두번씩 번갈아 구르면서 춤을 추며 따라가는 1000명 이상의 하네토라고 부르는 춤꾼들 뿜어내는 열기가 장관이다. 네부타 마쓰리를 축제기간 뿐 아니라 상시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꾸민 아오모리 자연공원 `네부타의 고향' 해설자는 네부타 마쓰리의 뜨거운 열기 원인에 대해 "긴 겨울 동안 많은 눈 때문에 외출도 못하고 방안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지내던 주민들이 겨울이 오기 전에 여름의 마쓰리 때 모든 스트레스를 토해 내기 때문"이라면서 "네부타 열기는 자연의 산물이면서 생활의 지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아오모리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다른 곳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것을 볼 수 있는데, 다름 아닌 계단 위에 세워진 공중전화 박스이다. 겨울에 눈이 많이 오기 때문에 계단 위에 전화 박스를 설치하지 않으면 문을 여닫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긴긴 겨울에 스트레스가 응축된다는 해설자의 설명을 생생하게 뒷받침하는 구조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열기도 지나치면 사고로 연결되기 십상이다. 실제, 네부타 마쓰리는 축제를 찾아다면서 소란을 피우는 젊은이들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일본에서 축제를 따라다니면서 소란을 피우는 젊은이들을 `까마귀'라는 뜻의 일본말 `가라스'라고 부르는데, 네부타 마쓰리는 가라스가 가장 많고 극성을 부리기로 유명하다. 웃통을 벗고 난동을 부리다가 폭행사고나 기물 파손 등의 사고가 빈발한다.
이 때문에 아오모리시는 3년전에 네부타 마쓰리에 축제용의 복장을 하지 않은 사람들의 참가를 금지하는 조례를 통과시키기도 했다. 또 네부타를 따르는 사람들이 자기가 따르는 네부타의 행진과 함께 앞으로 나가야 축제 행렬이 순조롭게 진행되는데, 최근에는 가라스들이 일부러 광란을 조장하기 위해 앞으로 나가지 않고 뒤에 있는 네부타 행렬을 향해 뒤로 뒤로 옮겨가는 바람에 행렬의 후미에 사람이 급격히 몰리면서 혼란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마쓰리 주최 쪽은 혼란 속에 일어나는 사고를 막기 위해 행렬의 마지막에 있는 몇개의 네부타는 행진을 중지시키는 편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도 `넘치면 차지않은 것만 못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네부타 마쓰리는 아오모리시가 가장 유명하지만, 아오모리현의 히로사키와 고쇼가와라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불축제가 열린다. 히로사키는 부채형의 등롱을 사용하는데, 한면은 요염한 여인의 미인도가, 다른 면에는 삼국지 수호지 등을 소재로 한 무사 그림이 그려지는 게 특징이다. 히로사키에서는, 아오모리가 네부타라고 하는 데 비해, 네푸타 마쓰리라고 부른다. 또 아오모리와 히로사키에는 그 지방의 네부타(네푸타)마쓰리를 상시적으로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네부타의 고향' `쓰루가항 네푸타마을'이란 이름의 관광시설이 있다.
향토 축제를 보존, 발전하는 동시에 이를 상시적인 관광상품으로 이용하는 노력을 엿볼 수 있다. 

글쓴이 : 오태규(인터넷 한겨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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