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이홍기 특파원 = 일본의 참의원 선거 참패 후 퇴진 압력을 받아오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12일 사의를 전격 표명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2시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그동안의 국정혼란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하기로 했다고 정식 표명한 뒤 정치 공백을 줄이기 위해 자민당 집행부에 후임 총재를 조속히 선출해줄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작년 9월 26일 전후 세대로는 처음이자 최연소 총리에 취임한 아베 총리는 이로써 내각 발족 후 약 1년만에 물러나게 됐다.
아베 총리는 후임 총리가 선출될 때까지 총리직을 계속 수행하게 된다.
자민당은 아베 총리의 지시에 따라 오는 25일 유엔 총회에 새 총리가 참석할 수 있도록 총재 선거 준비를 서둘고 있다.
후임 총재이자 총리로는 지난달 27일 당정 개편에서 당 사령탑으로 발탁된 아소 다로(麻生太郞) 간사장이 가장 유력시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사임 이유로 테러대책특별조치법의 연장 문제와 관련, 민주당의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대표에게 "솔직한 대화를 위해 여야 당수회담을 제의했으나 거절당하는 등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힘든 상황이라는 점"을 제시했다.
그는 또한 "참의원 선거 참패를 반성하며 개각을 단행했으나 강력하게 정권을 운영해나가는 것이 더이상 곤란한 상황이어서 국면 전환을 위해 스스로 결단을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의 사의는 앞서 총리실측으로부터 자민당 간사장실로 전달됐다.
자민당은 곧바로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 대책 등을 협의한 뒤 아소 간사장 등 집행부가 총리 관저를 방문, 아베 총리와 면담을 가졌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중의원 본회의에서 각당 대표 질문에 응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갑작스런 사의 표명으로 이날과 13일로 예정된 국회 일정이 취소됐다.
아베 총리는 참의원 선거 참패 후 당 안팎의 퇴진 여론에도 불구하고 총리직을 유지하며 2기 내각을 발족시켰으나 국고 부정수령 문제로 퇴진한 엔도 다케히코(遠藤武彦) 전 농수산상 문제 등 악재가 잇따르면서 구심력이 급격히 저하됐다.
또한 인도양에서 해상자위대가 미군 등 다국적군을 상대로 실시중인 급유 등 지원활동의 근거가 되는 테러특조법의 연장 문제를 놓고 민주당과 격렬한 대립을 해왔다.
아베 총리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국제적인 공약인 급유지원 계속의 약속이 지켜지지않을 경우 내각 총사퇴를 포함한 책임을 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 정계는 아베 총리가 지난 10일 소집된 임시국회에서 소신표명 연설까지 마치고 각당 대표 질문을 앞둔 상황에서 돌연 사의를 표명한데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등 야당들은 "정권을 내팽개친 무책임의 극치"라고 비난했다.
'아름다운 나라', '주장하는 외교' 등을 표방하며 내각을 출범한 아베 총리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로 악화된 한.중 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한편 교육기본법 개정, 헌법개정 절차를 정한 국민투표법 제정 등 주로 '전후체제 탈피'에 힘을 쏟았다.
그러나 정치자금 문제로 각료가 사임 또는 자살하는 등 불미스런 일과 각료들의 실언 파문에 연금기록 부실 관리 문제까지 터지면서 지지율이 급락, 지난 7월 29일 참의원 선거에서 역사적인 참패를 당해 자민당이 참의원내 1당의 자리를 민주당에 내줘야했다.